군대 있을 때, 군이라는 조직의 인사정책이 얼마나 비능률적인가를 절감한 적이 있다. 군은
국가안보와 유사시 전쟁수행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가기관이다. 군조직의 군지휘관이 갖추어야 할 여러가지
능력들이 있다. 작전수립능력과 실행능력, 조직장악, 무기와 장비에 대한 이해, 병사들의 마음을 살 줄 아는 리더십.. 그러나 장교의 능력 중 가장 우선시 되어야할 ‘전투지휘능력’이다. 그런데 내가 군대 있을 때 장교들의 모든 관심사는 오로지 ‘어떻게 하면 사고를 줄일 수 있느냐’에 집중되어 있었다. 아무리 탁월한 실력과 전투지휘, 작전수행 능력이 있다하더라도, 자기가 맡고 있는 부대에서 구타사고, 총기사고, 교통사고 등등... 사고가 일어나면 엄청난 인사상의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장교들이 전투지휘능력을 개발하거나, 훈련을
통해 전투력을 증진시키는데 자신의 에너지를 쏟는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사고나지 않는 쪽으로 훈련을 진행하고 병들을 관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당시 내가 모시고 있던 중대장 최재철대위에게 “위관급 복무기간 중, 책임 중대에서 사고가 몇건 터지면, 영관급으로 승급되는 것은 꿈도
꾸지 말고 예편하는게 차라리 낫다”는 자조 썩인 말을 들었다. 실제로
우리 중대원이 교통사고를 일으켜 죽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 후 6개월만에
중대장님은 장기복무를 취소하고 대위로 예편해버렸다. 전투지휘능력과 리더쉽을 갖춘 한 장교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면서 참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 중대장으로 부임해온 엄대위는 훈련엔 도통 관심없고 사고내지 않는
데 온통 정신이 팔려있었다.
공직자 인사청문회를 볼 때마다 어떤 사람이 그 업무를
감당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었나 하는 점보다는 결격사유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져서 인선되는 경우가 많다. 업무수행능력보다
사고 덜 치는 사람으로 인사정책이 시행되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고위공직자인 만큼 고도의 도덕성과 청렴결백을
요구한다. 이런 기준에 비추어 보았을 때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승냥이떼들이 몰려들 듯이 달려들어
실력은 있지만 결격사유가 발견된 리더를 가처없이 물어뜯어버린다.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이 걸고 넘어지는
내용들을 보면 과연 그들 자신은 얼마나 이런 문제들에서 자유로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중에 정권 바뀌면 한나라당 자기들이 들이댔던 잣대가 부메랑으로 날라올텐데..
한치 앞을 내다 보지 못하고 내뱉는 말들이 가관이다.
물론 국가 최고 지도자들을 인선하는데는
높은 도덕성과 투명한 자기 관리, 건전한 가정(자식과 마누라가
일을 저지르더라도 책임은 남편과 아버지가 진다) 등을 따져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들이 그 사람의 업무수행능력 즉 실력보다 더 우선으로 고려될 수는 없다. 가정도
좋고 도덕적 결함도 없고, 과거도 깨끗한 사람을 세우면 최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문제는 모든 면에서 깨끗하고 실력도 탁월한 사람은 별로 없다는게 문제다. 누구를 세울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결격사유가 발견될라치면 욕만 퍼부어 덴다. 이래가지고서는 리더가 세워지지
않는다.
혹자는 말한다. 우리나라도 2차대전 이후 프랑스처럼 했어야 된다고...
2차 대전이 끝난 후, ‘자유프랑스’ 드골정권이 설립된다.
드골정권이 가장 먼저 한 일은 2차대전 중 독일
Nazis(나찌)에 빌붙어 Vichy(비시)정부에서 부역한 인사를 모조리 숙청하는 일이었다. 한명도 열외없이
끝까지 추적하여 사형언도를 내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했다.
해방 후 한국은 소련과 미국에 의해 신탁통치가 이루어지면서, 북한에는 김일성정권이 남한에는
이승만정권이 설립되었다. 김일성정권은 모든 토지를 국유화하고 친일잔재세력을 모조리 처단했다. 그러나 남한정부는 친일세력이 그대로 국가 지도세력으로 남게된다. 물론
미군정이 남한에 공산주의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그나마 쓸만한 실력있는 부류가 친일세력밖에 없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과거역사를 청산하지 못했던 것이 지금도 우리 역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과거진상은 먼저 밝히고, 용서할건 용서하고 책임을 물을건 묻고 사면할 건 사면하고, 복권시킬건 복권시키는게 옳다고 생각한다. ‘이제와서 밝혀봐야 뭐하냐.. 서로 상처만 들추는거지..그냥 덮자’는데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 잘못을 밝힌다음에 거국적으로 용서하고
서로 화해하며 과거를 털고가자는데... 이거 왜 이르셔... 물론
이런 과거역사청산을 국내정치 특히 선거에서 이용해먹으려는 못된 놈들이 걱정되기는 한다.
하지만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할 점이 있다. 2차대전 종전 후 프랑스와 한국은 상황이 많이 달랐다. 너무나 아쉬운
것은 이점이다. 프랑스는 비시정부에 부역한 세력을 숙청하더라도 드골정권 하에 프랑스 재건에 동참시킬
수많은 인재들이 있었다. 반면에 한국은 친일세력을 청산하면 국가존립이 위태로울 정도로 인재수급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인력Pool이 크지 않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논리를 주장하며, 친일세력을
그냥 받아들이고 인정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은 채 자기존재이유를 내세워 문제를 덮어버리고자 하는 아주 못된 논리다.
아무튼
여러분 같으면 어떤 사람을 당신의 지도자로
선출하겠는가?
1.실력도 있고 도덕적으로 깨끗한 인재
2.실력은 있지만 도덕적으로 조금 문제가 있는
사람
3.실력은 없지만 도덕적으로 깨끗한 사람
4.실력도 없으면서 온갖 부정과 비리를 저지른
사람
물론 1번이
최선이다. 그러나 문제는 1번에 해당하는 인물이 별로 없다는게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그럼 차선은 2번 아니면 3번인데 내 개인적으로는 3번보다는
2번으로 가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된다. 1번에 해당하는 사람이 없는데 2번을 자꾸 걸고넘어지면 결국 3번이 선출될 수밖에 없다. 1번이 없으면 일단 2번을 뽑고, 2번을 도덕적으로 깨끗하도록 감시하고, 3번은 실력을 키울 수있도록 훈련시켜 2,3번이 1번이 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4번은 언급할 가치도 없다.
간절히 바라기는 내 자신이 먼저 1번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왕이면 교회를 통해 1번에 해당하는 거룩한 리더십이 양산되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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