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미술,조각,문학,영화.. 모든 예술은 그 시대 상황 속에서 만들어진 작품이기에 각 시대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거울이다. ‘순수’예술이란 용어는 사실상 성립되지 않는다. 어떤 예술 작품이든 저마다 작가의 의도와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여기서 이 ‘의도’를 읽어내다보면 예술 이란 것이 참... 여러 각도로 재미있게 보인다는 것이다. 심지어 예술가의 숨은 의도와 자기도 인식하지 못하는 잠재 의도도 엿볼 수 있다.
인간은 정치적(사회적으로 해석하지 말자) 동물이다. 사람 둘이 모이면 정치가 나타난다. 예술가도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이라 자기 의도를 드러낸다. 그 의도가 바로 ‘정치적’이다. 그래서 모든 예술 작품은 정치적이다.
영남대 법대 박홍규교수는 세상과 시대에 관심이 많은 법학자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분야를 찝쩍대고 다닌다. 문학, 미술, 영화... 그의 세상 읽기는 법조문 해석과 동일한 작업이다. 그의 예술 작품 감상은 법연구의 연장이다.
경북 출신으로 영남대 법학과를 나와 일본과 미국, 유럽에서 조금씩 공부를 했다. 기존 법학자들처럼 철저히 제도권 교육에 의해 틀지워진 인물이 아니라서 인지, 대학의 주류사회(서울 1류대학)에서 벗어나 공부한 편력 때문인지 사고가 굉장히 열려있다.
“법학 교수가 다른 분야에 이렇게 신경 쓸 여유가 있나? 딴 짓 무지하게 하면서 교수 월급 받아먹어도 되나?” 싶지만, 나는 박홍규교수를 변호하고 싶다. 그의 이런 지적 자유가 더 가지를 뻣어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지식인으로 남아주기 바란다. 모든 것이 전문화 되어 자기 분야 밖에 모르는 꼴통의 시대 흐름을 제발 좀 깨주는 모델이 되어주길 바라는 심정에서다. 딱히 ‘통섭’이라는 단어를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말이다.
박교수는 미술분야에서 루벤스, 피카소, 음악분야에서 바그너, 베르디, 레논, 영화에서 채플린, 문학에서 사르트르, 이렇게 총8명의 인생과 작품을 분석하면서 ‘예술가와 그 작품에 대한 정치적 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각 시대상황 설명과 예술가의 성장배경과 개인적 성향을 추적하면서 그 시대 권력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권력과 야합했는지, 공존했는지, 반대편에 서서 대들었는지를 차분히 분석하고 있다. 예술을 그냥 작품으로 감상하기에 바쁜 순진한 사람들한테 제발 좀 눈 치켜뜨고 자세히 그 꼼수와 의도를 보라고 닦달하는 책이다.
대단한 책은 아니나, 예술 전공자들은 절대 쓸 수 없는 예술 비전공자이기에 가능한 글이라 기꺼이 한번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생각보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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