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대표하는 공동체운동의 아버지가 두 사람있다. 한분은 떼제공동체를 만든 ‘로제’수사이고, 한분은 엠마우스공동체를 만든 ‘아베 피에르’신부이다. 이 두사람이 2차대전 후 프랑스에 끼친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이 두사람이 만들어 놓은 용서와 화해, 사랑의 실천이라는 거대한 흐름은 지금도 현대 프랑스인들의 심성에 도도히 흐르고 있다. 다만 이 두거장의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떼제공동체가 시골 한적한 곳에 있는 수도원적 영성공동체인 반면에 엠마우스는 도시 한가운데 있는 현장영성이다. 한국상황에 비추어 비교해보자면, 로제수사가 예수원의 대천덕신부라면, 아베 피에르는 다일공동체의 최일도목사나, 두레공동체의 김진홍목사라고 할 수 있다. 도시 한복판에서 노숙자, 빈민, 상처받고 굶주린 자들에게 사랑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그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을 섬기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세워나가는 과정을 차분하게 서술하고 있다. 자서적 얘기를 해놓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복음을 전하고 있다. 상처입은 자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서 이 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한 평생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해주며 살아간 노 사제의 담담한 고백을 보면서 다시한번 사랑하는 방법과 마음가짐을 배운다.
아베 피에르 신부님은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존경받는 종교지도자이다. 그의 삶에 대해서는 '단순한 기쁨'(마음산책刊)에서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피에르 신부님의 시대를 보는 시각을 알기 위해서는 '신과 인간들'(장락刊)을 보면 된다. 본서는 피에르신부의 칼럼집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혁명의 정신은 자유, 평등, 박애이다. 200여년 전 혁명과 동시에 이 세가지 혁명정신의 유포는 근대로의 전환을 촉발시켰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자유를 너무 강조한 나머지 사람들이 '남을 착취하고 죽일 수 있는 자유'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에 반기를 들어 평등이 대두되었다. 그러나 획일적 평등을 이룬답시고 전체주의가 등장하여 인류의 삶은 피폐하게 만들었다. 아베 피에르신부는 자유와 평등 정신을 온전히 완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따뜻하게 품고 사랑하는 '박애'가 문제를 푸는 열쇠라고 주장한다. 그는 박애를 형제애, 섬김의 연대로 표현한다. 집없고 소외되고 굶주린 사람/인종/민족/국가를 돕기 위해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사람들이 서로 연대하여 형제애를 발휘한다면 진정한 자유와 평등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놀라운 통찰이다. 자유와 평등은 박애를 통하지 않고는 주어지지 않는다. 깊이 묵상해 볼 말이다. 본서는 이 박애정신의 실천을 위해 고민하는 신부님의 칼럼들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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