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문화유산답사기1,2,3, 창작과비평사
93년 군복무 마치면 유럽 배낭여행을 가리라고 작심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해 여름 유홍준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출간되었다. 서점에서 무심결에 집어들었다가 빨려들어갔다. 그리고 방향을 바꾸었다. 우리 유산도 모르면서 해외 유산 찾아다니는게 뭔가... 자기정당성이 없는 행동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 자전거 무전여행을 계획하고 군대동기 경식이와 경산-청도-밀양-삼량진-구포-부산-제주-울산-포항-영덕-안동-보은-옥천-대전(93대전 Expo)-영동-김천-구미-대구-경산으로 돌아오는 보름 일정의 여행을 했다. 경북-경남-제주-충북-충남 전라도만 제외하고 다 돌았다. 내 20대 초중반 인생의 의미있는 여행이었다. 이 자전거여행을 강력히 부추긴 것이 바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다.
주변에 널려있는 우리 문화와 유적, 유산, 유물에 대한 나의 시각을 완전히 바꿔놓은 책이다. “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看則畜之而非徒畜也(지즉위진애 애즉위진간 간즉축지이비도축야)” 兪漢雋(유한준)이 金光國(김광국)의 화첩 《석농화원(石農畵苑)》에 부친 발문에 쓰여진 이 한 문장이 이 책의 저술목적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번역하면 "알면 곧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으로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니 그것은 한갓 모으는 것은 아니다" 인데,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니라’로 알려졌다.
유홍준 교수
당시 유홍준교수가 영남대 교수(당시 박물관장 역임)로 재직 중이었고 교양강좌를 개설하고 있어서 일부러 찾아가 한강의 들었던 기억도 있다. 2권 운문사 부분에서 언급하는 남매지와 삼천지는 어려부터 놀던 곳이라 책을 읽던 중 울매나 반가왔는지 모른다. 유홍준교수는 이 책 3권으로 소위 ‘엄청 떴다’ 몇 년 뒤 지방대를 버리고 서울(명지대 교수)로 갔다. 진보적 인사로 분류되어 노무현정권 때는 문화재청장까지 지냈다.
그런데 故오주석선생은 유홍준교수에 대해 “세간의 유명세에 걸맞는 실력을 갖춘 분이 아니다”라고 아주 않좋게 평가했다. ‘화인열전’ ‘완당평전’에는 틀린 곳이 너무 많아 서평을 쓸 수 없을 정도라고 혹평을 했다. 아무튼 그래도 일반인이 우리 문화에 대한 애정을 갖도록 유도한 효시같은 책이자 명문장으로 서술된 책이라 기꺼이 시간들여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십수년이 지난 지금 블로그에 글을 쓰기 위해 다시 책을 뒤적거리다가 3권에 건축가 승효상이 중앙일보에 쓴 칼럼을 언급한 부분이 있는데 그 기사를 인터넷으로 검색/출력한 종이가 끼워져 있어 웃음이 났다. 내가 이 책을 어지간히 정성들여 읽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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