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4일 월요일

이윤기, 길위에서 듣는 그리스 로마신화, 그리스에 길을 묻다

이윤기, 「길 위에서 듣는 그리스 로마 신화-이윤기와 함께 떠나는 신화여행」작가정신       
이윤기, 「이윤기, 그리스에 길을 묻다」해냄
      
2010년 작고한 故이윤기 선생, 獨學... 일찌감치 제도권 교육에서 탈출해서 혼자 공부하는 재미를 삶으로 보여준 특이한 인물이다. 웅진에서 출판한 ‘그리스 로마 신화’가 대박나면서 그리스 신화를 대중화시킨 분으로 알려져있다. 이윤기가 설명한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으려면 웅진에서 출간한 5권짜리 책을 보면 된다.
‘길 위에서 듣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답사 기행문이다. 유럽과 근동지역을 여행하면서 떠오른 단상을
그리스 로마신화와 연결시켜 이런저런 구수한 입담으로 풀어쓰고 있다.
"카에사르와 아우구스투스로 이어지며 공고해지는 황제권력을 비호하기 위해 베르길리우스 ‘아이네이아스’라는 대작을 쓴다. 이 작품에 트로이아의 패장 아이네이아스가 잿더미가 된 조국 트로이아를 떠나 에게 해와 지중해를 방황하다가 아프로디테의 인도를 받아 마침내 이탈리아 반도에 정착, 로마제국의 기틀을 마련하기까지의 모험담이 담겨있다. 그래서 로마의 수호신은 Venus(아프로디테)가 된 것이다. 이 책은 군사력은 막강했지만 문화적으로는 뿌리가 부실했던 로마에 그리스문화 전통의 세례를 베풀기 위해 의도적으로 쓰여졌다는 혐의가 짓다. 이로써 그리스 여신 아프로디테의 후광을 업고 로마제국의 기틀을 세운 영웅 아이네이아스로 인해 로마신화는 그리스 신화의 適子가 되고 로마의 조상들 족보는 그리스 신들의 족보와 연결된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오비디우스는 아우구스투스의 외손녀 율리아와 정분이 나면서 사회 기풍을 바로 잡고자 애쓰던 아우구스투스를 난감하게 만든다. 참다 못한 아우구스투스는 오비디우스를 지금의 루마니아 콘스탄티아로 유배보내는데, 정신이 번쩍 든 오비디우스가 유배지에서 황제의 비위를 맞추며 쓴 작품이 ‘변신 이야기’다. 호라티우스가 ‘조국을 위해 죽는 것은 기쁘고도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하던 시절, 베르길리우스가 대작 ‘아이네이아스’를 씀으로써 어떻게 하든지 로마 황제에게 그리스의 神統性을 부여하려고 하던 시절, 오비디우스는 ‘제 논에 물대기(我田引水)’ 방법으로 로마의 권력자들 족보를 그리스 신들에게 끌어다 붙였다.“ p.138-141
‘그리스에 길을 묻다’도 답사기 형식이기는 한데,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사건과 신/인물들을 소재로 현대문명 비판을 하고자 한 책이라고 보는 것이 더 좋을 듯싶다.
 
Caravaggio, The Madonna and Child with St. Anne (Dei Palafrenieri), Galleria Borghese, Rome
 
두 책 다 부담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다만 아쉬운 부분을 한군데 지적하고자 한다. ‘길 위에서 듣는 그리스 로마 신화’ p.191에 보면, 카라바조의 ‘뱀의 성모’에 대한 이해는 너무 아쉽다. 파르나쏘스 산 기슭에 살고 있던 왕뱀 퓌톤을 죽이고 신탁의 도시 델포이를 만든 아폴론, 샘을 지키던 왕뱀을 죽이고 테바이를 세운 카드모스, 땡꼬마시절 헤라가 보낸 뱀 두 마리를 두 손으로 쥐어 죽여버린 헤라클레스, 헤라클레스는 대가리 9개 달린 물뱀 휘드라를 처치하기도 했다. 금양모피를 되찾으러 콜키스 땅으로 갔던 아이손도 용(거대한 도마뱀)을 죽인다. 이윤기 선생은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뱀을 죽인 영웅 모티프를 언급하면서 성경에 예수가 뱀을 죽였다는 내용은 없는데 왜 카라바조가 ‘뱀 대가리를 밟고 있는 성모와 아기예수’ 그림을 그렸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성경에 박식한 이윤기 선생이라면 신약 복음서만 읽은 것이 아닐텐데 왜 창세기 3장 15절(“내가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너의 후손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니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니라 하시고”)을 모르는 것일까?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를 타락시킨 뱀을 하나님이 저주하면서 ‘여자의 후손’(남자 없이 동정녀의 몸에서 탄생하는 메시아)이 ‘뱀의 후손’(사탄/마귀)의 대가리를 밟아 죽여버린다는 내용을 몰랐기에 저지른 실수다.
서양문화를 이해하는 두가지 코드가 있다. 바로 그리스 신화(헬레니즘)과 성경(헤브라이즘)이다. 이 둘만 제대로 알면 유럽 여행하면서 마주치는 미술, 조각, 건축이 전혀 달리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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