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운, 소설 토정비결, 해냄
나는 운명을 믿지 않는다. 운명론은 성경에 반하는 이단사상이다. 팔자 탓하는 운명론이 인간사회에 얼마나 큰 해약을 끼쳤는지는 지난 역사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미 결정지어진 미래와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여 현재를 포기하게 만드는 사탄의 논리가 왜 이토록 힘을 얻는건지 신기할 따름이다. 팔자사상의 병폐가 그렇게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이 놈의 운명론은 미래에 대한 불안한 인간 심리를 여전히 파고들고 있다. 과학이 더 첨단화할수록 점 치고 귀신과 접촉하는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다.
나는 목사다. 그런데 20대 때 수상학(손금), 관상학(얼굴) 등에 관심이 많았다...ㅎㅎ 운명은 믿지 않지만 이건 순전히 통계학적으로 가치있는 자료분석이라는 생각에 책을 몇 권 본적이 있다. 의사도 물어보고(문진), 만져보고(촉진) 병을 확인하지만 먼저는 환자의 상태를 눈으로 보고(망진) 1차적인 병증을 추측한다. 사람은 마흔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 맞는 말이다. 얼굴(觀相)은 그 사람의 마음상태(心狀)이 그대로 드러나는 거울이다. 특히 눈빛은 거의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예수 믿고 진리 안에 자유하고 하나님 앞에 자신의 모든 죄를 다 털어놓고 사람과도 거리낄 것이 없는 사람... 천사의 얼굴이다. 스테반이 돌에 맞아 죽어가면서 천사의 얼굴을 한 이유(행6:15)는 예수 믿는 사람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운명에 찌들려 팔자 소관이라고 궁시렁거리는 인간들은 절대 이런 표정 지을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 그리고 역학이란게 우주와 하나님의 피조세계에 나타난 원래를 설명하고자 하는 고도의 확률통계학이 주역이란 생각이 든다.
토정 이지함(土亭 李之菡) 영정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형 밑에서 자라다 나중에 송도 화담 서경덕에게서 배운다. 화담의 영향으로 천문지리, 역학, 의학에 능하게 되는데, 현감이라는 관직에 올라 송덕을 받는 일도 많이 하였으나 인생의 대부분을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고 다녔다. 나이 들어서는 마포 한강변에서 흙집을 지어 놓고 갓 대신에 솥을 뒤집어쓰고 다녔다고 한다. 남명 조식과 율곡 이이와도 친분이 있었다. 마치 박지원의 ‘허생전’에 나오는 허생처럼 조선 중기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진보적인 경제논리와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토정비결은 역학과 비기에 밝은 이지함의 이름값을 빌려 책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후에 누가 만들어낸 책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대부분 역사학자들의 의견이다. 그런데 이지함이 요즘 뜨고 있다. 젊은 얘들한테 이지함을 아느냐고 물어보면 아마 다 안다고 대답할 것이다. 피부과 프랜차이즈 병원 이지함...ㅋㅋ
소설가 이재운
토정 선생의 일대기를 이재운 작가가 맛깔난 스토리로 엮어 냈다. 90년대 초반에 이런 류의 역사소설이 굉장히 많이 나왔는데, 당시 출판계의 트랜드가 그랬다. 편하게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의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표현은 ‘운명은 의지를 넘지 못한다’라고 이재운작가가 책 말미에 써놓았다. ‘소설 이지함’이라고 하면 책이 잘 팔리지 않을거 같은니까, 년초에 한해 운수 보기 좋아하는 사람들 구미에 맞게 ‘소설 토정비결’이라는 이름으로 출판해놓구선 ‘운명은 없다’고 결론을 내려버리니... 이재운도 운명론의 해악을 알고 있나보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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