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6일 수요일

이문열, 삼국지, 민음사/최명, 소설이 아닌 삼국지, 조선일보사

 

이문열, 삼국지, 민음사
최명 ‘소설이 아닌 삼국지’ 조선일보사

“젊어서 한번도 삼국지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과는 미래를 도모하지 말라. 그러나 늙어서 삼국지를 다시 탐독하는 사람과도 같이 하지 마라.” 이 말에는 젊어서 삼국지를 읽고 패기만만한 사람과 일을 같이 하되, 늙어서도 여전히 삼국지에 열을 올리는 사람은 일을 저지를 사람이라 같이하지 말라는 경고가 담긴 표현일 것이다.

故 고우영선생 고우영선생이 술한잔 하고 이정문화백 집 벽지에다 그려준 관우

내가 삼국지를 처음 접한 것은 국민학교 댕길 때 동네 만화방에서다. 고우영 만화중에 서유기 5권을 제일 좋아했다. 만화방에서 10번은 넘게 본거 같다. 울매나 웃기던지... 고우영 선생 그림에 빠지면서 잡은 책이 ‘고우영 삼국지’다. 그렇게 삼국지와 인연을 맺었다. 특히 고우영선생이 그린 관우 그림은 박재동화백의 말처럼 ‘사람들이 부적으로 쓸 만큼’ 포쓰가 느껴지는 그림이다.

삼국지3

대학 다닐 때, 삼국지3 게임이 유행했다. 386컴퓨터에서 돌릴 수 있는 전략 시뮬레이션게임이다. 방학 때 밤새면서 천하통일을 이루곤 아침에 뻣어버린 기억도 난다. 지금은 삼국지11까지 나왔다는데... 컴퓨터 게임 손 끊은지 오래다...ㅎㅎ
歷史와 小說, 正史와 野史 이걸 잘 구분해야 된다. 기득권에 의해 기록된 역사를 정사라고 한다. 반면 역사의 뒤에 숨은 野人들에 의해 은밀하게 기록되어 때로는 말로(口傳)되어 전해지는 역사를 야사라고 한다. 때로는 기록된 역사보다 뒤로 전해지는 얘기가 훨씬더 당시 역사를 정확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자료가 되기도 한다. 역사는 기록하는 놈이 장땡이다. 붓을 든 놈이 결국 권력이다. 삼국지가 그 예이다. 실제 역사에서 조조가 훨씬 더 백성들을 위하고 리더십과 지략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조조가 다스린 위나라 지역이 중원의 대부분이었다. 유비가 세운 촉나라는 제갈량의 천하삼분론에 맞게 최소한의 병력으로도 방어가 가능한 지형적 특성을 가진 쓰촨분지에 들어선 별 볼 일 없는 나라다. 그럼에도 삼국지는 유비를 인덕이 있고 백성들을 위하는 인물로, 조조를 간웅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건 결국 한 고조 유방이 유씨 성을 가진 사람이라. 폐망한 한나라의 입장에서 유비가 유방의 계보를 잇는 인물로 설명하며 정통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그러니 조조를 나쁜 놈으로 몰고 유비를 후덕한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후세 사람들은 기록된 자료를 근거로 유비를 영웅, 조조를 나쁜 놈으로 받아들이고 만다. 역사는 언제나 쓰는 놈 마음이다. 기록에 남기지 않으면 정당한 권력도 역적이 된다. 반면에 기록에 남기면 역적도 정당한 권력이 된다. 역사와 소설도 마찬가지다.(삼국지는 역사고 삼국지연의는 소설이다) 일반인들은 역사자료를 별로 읽지 않는다. 대신 재밌게 극화된 역사소설은 많이 본다. 소설은 재미가 목적이다. 그래야 팔리기 때문이다. 재미없는 역사를 재밌게 만들자니 각색을 할 수 밖에 없고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야 된다. 그러나 정사를 건드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없는 인물을 만들던 이야기를 지어내든 해야되는데, 요즘 역사소설은 시대배경만 정사에서 빌려오고 완전히 그 시대와는 별개의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그러다보니 정사를 왜곡하는 역사소설과 드라마가 많이 등장한다. 문제는 일반인들이 이걸 분별할 수 있는 능력과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황당한 경우는 역사를 말하는데 자기가 본 역사드라마와 소설을 언급하고 있다. 역사적 문제를 논하면서 근거를 물어보면 드라마와 소설을 얘기한다. 기록된 역사도 믿을 수 없는 판에 소설 갖고 얘기하면 할말이 없어진다. 물론 역사기록물보다 실제 역사를 훨씬 더 충실하게 복원해놓은 역사소설도 있다. 어쨌든 정사나 야사, 역사와 소설... 쓰는 사람이 자기 ‘의도’를 가지고 쓰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그 꿍꿍이를 간파해 내는 성숙한 독자가 되어야 한다. 삼국지는 여러 판본이 있고, 한국에서 출간된 것만도 박종화,정비석,황석영,김홍신... 아주 많다. 그 중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이 ‘이문열 삼국지’다. 그의 현재 정치적 입장과는 상관없이 탁월한 문필력은 인정한다. 나도 삼국지는 이문열 판으로 읽었다. 언젠가 민음사 사장님이 세금문제(?)로 오륜교회 고등부에 삼국지10권 전집을 100질인가 기부처리로 기증했다. 아이들한테 나눠줬던 기억이 난다. 서울대 최명교수가 쓴 ‘소설이 아닌 삼국지’는 삼국시대를 분석한 논문집인데 같이 읽으면 훨씬 재미있다.

중국 쓰촨 청뚜에 가면 武侯寺(무후사)라는 제갈량 사당이 있다. 뒤에는 유비 릉도 있는데, 96년, 08년 두번 가보았다. 12년 동안 청뚜는 상전벽해로 변해있었다.
마침 중국 인민군들이 관광을 나와서 한컷 찍어봤다.

무후사 초입 유비상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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