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12일 화요일

차기현, ‘이랜드 2평의 성공신화’, 이너북:2008

남동희, ‘이랜드 사람들’, 다름원:1993      
차기현, ‘이랜드 2평의 성공신화’, 이너북:2008
      
믿음의 기업으로 시작한 이랜드그룹은 언제나 나의 관심대상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나는 사랑의교회 대학부 출신이다. 당시 박성수사장은 사랑의교회 안수집사님으로(이후 장로로 섬기다가 뉴코아 사태 터지면서 장로직분 자진 사임) 대학부 특강에서도 자주 뵈었고, 또 당시 대학부 선후배들이 매년 이랜드에 상당수 취업하고 있던터라 그들에게서 듣는 이랜드 이야기는 악한 세상속에서 신앙양심 지켜가며 사업을 하면 무조건 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밀어줘서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의 상징이었다. 사랑의교회가 한국교회에 희망이었듯이 말이다. 언제나 비참한 말로를 걷고 있는 한국교회에 ‘사랑의교회 너만은 의식있는 교회로 남아주기를...’ 바라는 마음과 똑같은 마음이 기업에서는 이랜드를 향했다.
사람을 키우는 기업, 사람한테 투자하는 기업, 결국 장사에서 마지막 남는 것은 사람임을 증명해준 기업, 사람을 소모품으로 취급하지 않는 기업, 아이디어와 창의성만 있으면 직급에 상관없이 뭔가 해볼 수 있는 장을 기꺼이 마련해주는 기업, 박봉에 한국 근로자 평균근무 시간을 훨씬 뛰어넘는 빡센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사원이 불붙어서 역동적으로 살아움직이는 기업, 이윤이 기업의 1차적인 존재 이유이기는 하지만 돈만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아님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기업, 그리고 이랜드 스피릿...
옥한흠목사님의 교회 안에서만 통하는 졸렬한 제자도를 넘어, 세상을 섬기는 제자도의 구현자들, 남대문 성도교회 대학부를 담당하던 옥한흠전도사에 의해 발굴된 박성수, 박성남, 방선기... Trio. 은혜 받은 청년들을 신학교로 유도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시 되던 시절, 삶의 현장(기업,법조,언론.. 등등)으로 인도한 옥한흠목사의 제자들이 만든 기업이 바로 E⋅Land다.

의류사업으로 시작해서 현재는 유통부문과 건설, 레저/호텔까지 그 사업영역을 넓혀가는 이랜드의 생명력은 지금도 대단하다. 외환위기를 기회삼아 M&A를 통해 더 규모로 커진 이랜드의 저력은 대단하다. 그러나 초창기 1세대들의 헌신과 눈물, 땀과 기도로 일궈진 기업이 그룹의 모양새를 갖춰갈 즈음, 이제 더 이상 순수함만을 무기삼아 내달리기에는 그룹 전체 시스템과 인력구조를 업그레이드 할 수밖에 없는 답답함이 있었을 것이다. 자체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리더십이 양산되는 놀라운 지식경영의 열매를 맛보고 있기는 했지만 거대조직을 이끌어본 임원급 인력을 외부에서 스카웃해 와서 같이 일하는 과정에 원년 멤버들과 갈등도 많았을 것이다.

2007년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 이슈로 불거지면서 민주노총에서 삼성같은 거대한 기업은 건드리지도 못한 채 만만한 이랜드를 전략적인 타겟으로 삼아 공격하는 중에 결국 이랜드는 인수 2년 만에 까르푸를 포기해버린다. 까르푸는 이랜드 홈에버에서 삼성 홈플러스로 넘어가게 된다. 비정규직 문제로 몇 년을 시달리던 홈에버가 홈플러스로 바뀌는 순간, 역시 우리 관리의 삼성(참 대단해...)은 파업자들 바로 다 짜르고 가차없이 정리해버린다. 반발의 여지는 아예 싸그리 남겨놓지 않은 채로... 물론 이 과감한 홈플러스의 조치를 이랜드사태 때처럼 보도하는 언론은 없었다. 역시 언론을 장악한 삼성의 무서운 힘! 노무관리에 있어 이랜드는 삼성을 죽었다 깨어나도 따라잡지 못하나 보다. 대신 이랜드는 삼성처럼 사람 짜르고 죽이기는 방법으로는 인수한 기업을 살리는 것이 쉽지 않음을 인식하고 다시 창업정신대로 사람을 귀히 여기는 기업으로 돌아서기를 바란다.

이랜드는 가격 부풀리기로 초과이윤을 내서 성장하는 기업이 아니다. 가격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낫게 책정하고선 제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절감해서 이윤을 내는 기업이다. 이는 소비자에게 양질의 제품을 싸게 공급하고자하는 박성수회장의 상인정신에서 생겨난 스피릿인데, 나쁘게 보면 하청업체와 직원들의 고혈을 쥐여 짜내서 수익을 내는 방식이라고 욕먹을만 하다. 그러나 강의 중에 그가 내 뱉은 말을 잊을 수 없다.
 
박성수 회장

“여러분, 돈 버는 비결을 제가 알려드릴 테니까 잘 들으세요. 돈 버는 비법은 상대방에게 정당한 이득을 먼저 보장해주고, 그 다음 내 이윤을 챙기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때로는 나한테 돌아오는 이윤이 모자라 힘들어질 때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나와 거래해서 이득을 본 상대방이 내 친구이자 미래 자산이 됩니다. 상대방을 돈벌이 대상으로만 여기지 마세요. 하나님께서 나한테 섬기라고 보낸 사람입니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돈을 벌게 해주면, 나도 돈을 벌게되어있습니다. 작은 가치도 서로 같이 나눠 먹어야지 상대에게 가야할 가치를 나혼자 독식하겠다고 덤비면 당장은 나의 이득이 확보는 되겠지만 반드시 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돈 버는 사람이 되기 전에 돈 벌어주는 사람이 되세요. 덕을 입는 사람도 좋지만 덕을 끼치는 사람이 더 좋습니다.”

이건 사도행전에 기록된 유일한 예수님의 말씀인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복있다'는 말씀의 기업판이다. 좋은 양질의 제품을 싼 가격에 공급한다. 이윤은 소비자와 생산자에게 먼저 보장하고 남은 걸 이랜드가 챙긴다... 이게 이랜드 성공의 비결이란다. 이랜드는 생산공장을 직접 갖고 있지 않다. 상품개발/기획하고 마켓팅만 담당하고 실제 생산은 외부 하청으로 돌린다. 지식정보만 갖고 생산은 외주를 주고 있는 것이다. 약간의 자본과 사람만 있으면 돌아가는 기업을 하고 있다. 점포주들한테도 본사차원에서 얼마나 꼼꼼하게 이윤을 보장해주기위해 관리해주는 지 모른다. 그래서 이랜드 관련 대리점을 하신 분들은 대부분 몇 년 운영하다가 권리금받고 넘기는 것이 아니라 거의 평생을 이랜드와 같이 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책 두권으로 이랜드를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랜드가 어떤 기업인지는 알 수 있어 적극 추천한다. 내용이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이랜드 사람들’은 절판된 책이라 구할 수 없으니 ‘이랜드 2평의 성공신화’를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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