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인간실존의 아픔을 다 끌어안은 삶을 보냈기에 그의 글에서 그런 깊은 통찰과 인간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진국같은 표현이 가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지만 그 경험을 통해 사람의 생각과 세상을 보는 시각과 인생에 대한 이해가 차원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인정한다.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알겠는가 그 고민과 몸부림의 정도를...
이 책은 아들이 죽은 이후 자신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다 드러낸 절절한 에미의 내면일기이다. 비록 석달동안의 일기형식으로 쓰여진 비탄의 글이나 박완서의 아픔이 그대로 전달되 오는 글이다. 카톨릭신자인 저자가 ‘생활성서’라는 잡지에 1년간 연재한 글을 모아 출간한 책이 ‘한 말씀만 하소서’이다. 책 이름처럼 그녀는 하나님께 대들고 대들고 또 대들었다.
박완서는 그 때 심정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만일 그 때 나에게 포악을 부리고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그분(하나님)조차 안 계셨더라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저 만만한 건 神(하나님)이었다. 온종일 신을 죽였다. 죽이고 또 죽이고 일백 번 고쳐 죽여도 죽일 여지가 남아 있는 신, 증오의 마지막 극치인 살의(殺意), 내 살의를 위해서도 당신은 있어야 돼. 나는 신의 생사를 관장하는 방법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고, 특히 그 종잡을 수 없음과 순서 없음에 대해선 아무리 분노하고 비웃어도 성이 차지 않았다.”
일찍 아비 잃은 아픔과 한참 재밌을 때 남편 잃은 아내의 아픔, 5남매 중에 막내로 얻은 아들을 輪禍로 보내버린 어미의 아픔, 이 삼중고에 갖혀버린 여자의 심정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나마 글을 쓸 수 있어 견딜 수 있지 않았을까? 이 책을 통해 박완서와 그의 글을 다시 보게 되었다. 현재까지는 현대 여성 소설가로서 최고봉은 박완서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감수성만 자극하는 얄팍한 여자들의 글이 넘쳐나고 있는 현재에 박완서는 급이 다른 문학가이다.
이 책을 소개해준 이용희목사님께 감사드린다.
이 책을 소개해준 이용희목사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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