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4일 월요일
이윤기, 무지개와 프리즘, 생각의나무
이윤기씨를 처음 접한 것은 그리이스 로마 신화에 대한 그의 번역서를 통해서이다. 언젠가 EBS에서 그의 특강을 들으며 “참.. 말 주변이 없으신 분이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그의 번역은 탁월했다. 단순히 단어를 알기 때문에 사전 뒤저가며 한 번역이 아니라. 원서의 내용과 그 배경, 저자의 사고방식, 관용적인 표현을 쓰는 인문학적인 배경까지 다 알고 난 뒤에 한국어로 바꿔서 푸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번역자로서 이만한 분을 일찍 만나본 적이 없는지라 이윤기씨 번역서는 안심하고 구입한다. (번역이 개떡같아 책을 읽다가 집어던지고 싶은 충동이 이는 쓰레기 번역서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러다 그의 특강을 듣는데... 글은 아주 깔끔한데 말은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에 든것도 없으면서 뭔가 굉장히 많이 아는 것처럼 보여지도록 자신을 포장하는 Presentation 능력이 ‘실력’으로 인정받는 시대 아닌가.. 이런 시대의 조류에 오히려 역행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괜찮은 분일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가진 것이 굉장히 풍부함에도 불구하고 버벅거리며 말하는 이윤기씨의 태도가 오히려 더 호감이 갔다. 경북 군위 출신이라 구수한 경상도 말이 더 나의 구미를 당겼다. 아무튼 이윤기씨의 인문학적인 편력의 방대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정확한 정보의 출처를 찾아 헤매는 그의 집요함도 거의 편집증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글은 고급이다. 내용이 고급이고 문장이 수려하다. 내가 이 분에게 더 애착을 가지게된 것은 그의 형편없는 학벌(?)때문이다.(그가 나의 경북중 선배라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됐다) 제도권 교육의 해택을 거의 누리지 못한 채, 거의 독학으로 외국어를 습득하고 혼자 잡다한 책들을 파면서 그의 인문학적 소양이 키워졌다는데 더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그래서 그의 글에는 현학적인 뻐드김이 없다. 그래서 구수하다. 그의 번역서는 익히 읽어본터라 그의 첫산문집이라고 알려진 ‘무지개와 프리즘’을 먼저 구입했다. 나는 책을 Cover to cover로 다 읽고나면 반드시 책 첫페이지 빈장에 책에 대한 독후감을 한문단정도 기록하는 버릇이 있다. 이렇게 해놓는 이유는 나중에 다시 그 책을 펼쳐볼 때, 그 독후감만 보고도 책 전체 내용이 전부 떠오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 앞쪽 여백에 이렇게 적혀있다. “2004년 10월 14일 올림픽아파트 소방도로에 차를 대놓고 마지막장을 덮었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잠시 여유를 내서 올림픽 아파트 가을 정취를 누리며 책을 읽었겠지... 그리곤 책 내용에 대한 언급은 없이 ‘글이 맛있다.’라는 한문장만 적혀있다. ㅎㅎ 그 때 책 다 읽고 무슨 생각들었는지 머리 속에 다시 다 떠오른다...ㅋㅋ... 오랜만에 故정운영씨 정도의 촌철살인의 글은 아니지만, 맛깔나는 인물과 신화, 문화에 관한 인문학적인 정보가 풍부한 고급 글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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