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유재원교수가 유학시절부터 평생동안 그렇게도 싸돌아다니며 답사한 그리스 신화 지역 기행문이다. 틈틈이 서놓았던 글들을 모아 2004년 여름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을 기념해서 출간했다. 유홍준교수가 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그리스 판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스 신화 유적지 뿐 아니라 여행하면서 만난 그리스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에피소드, 그리스/터키 근현대사, 그리고 현대 그리스의 문화와 기후, 세시풍속, 종교까지... 칼라 사진과 함께 편집되어 있어 읽고 이해하기 편하다. 먼저 현대문학에서 출간한 ‘그리스 신화의 세계1,2’가 시대별 서술로 그리스신화를 설명했다면 본서는 답사기이니 만큼 지역/도시별로 설명되어 있다. ‘그리스 신화의 세계1,2’와 함께 같이 읽으면 시너지가 증폭된다. 그리스 신화를 연구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유재원교수가 쓴 3권의 책만 읽어도 어디서든 아는 체(?)를 해도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다.
책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된 몇가지 내용을 그래도 옮겨본다.
“지금은 베네치아 성 마르코 성당 전면에 배치되어 광장을 굽어 보고 있는 사두마차 조각상은 원래 여기 델포이에 있었다. 로도스에게 바친 봉헌물이었다. 그러나 AD 4세기에 콘스탄티노스 대제가 자신의 도시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장식하기 위해 이를 탈취해 갔다. 그 후 1204년 제4차 십자군이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약탈할 때, 베네치아인들이 이 전차를 빼앗아 자신들의 도시로 가져왔다. 또 지금 이스탄불의 히포드롬 광장에 서 있는 청동 기둥도 델포이에서 가져간 것이다. 이 청동기둥은 세 마리 뱀이 서로 꽈리를 틀며 몸을 곧추세우는 모습을 조각한 것으로 맨 꼭대기에는 세 개의 뱀 머리가 황금으로 된 세발솥을 받치고 있었다. BC 480년 그리스인들이 페르시아군을 물리치고 노획한 청동을 녹여 만들어 바쳤다는 승리의 기념비였다. 이 청동 기둥도 로도스의 사두마차와 함께 콘스탄티노폴리스로 옮겨졌다. 그리고 1204년 십자군은 이 기둥을 녹여 무기를 만들고자 기둥의 윗 부분인 뱀 머리들을 잘랐다. 그리고 황금 세발솥은 녹여 현금화 했다. 지금 히포드롬 한구석에 을씨년스럽게 서 있는 그 기둥을 보면 인간의 영화와 권력이 얼마나 무상한가를 느끼게 된다.” pp.191-192.
※내가 출판사 편집인 이라면 유재원 교수의 ‘그리스 신화의 세계1,2’와 답사기인 ‘그리스:신화의 땅 인간의 나라’ 이 3권을 set로 묶어서 출간하겠다. 대신 편집에 칼러 사진과 답사코스 안내 지도, 그리고 고대 그리스 인근 지역 전체 지도까지 첨부해서 제대로 만들겠다. 신화 속 신들과 영웅들의 족보와 가계도까지 도표로 작성해서 역사적 연대별로 풀어쓴 요약본까지 첨부한다면 아마 대박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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