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헌의 ‘신화: 그림으로 읽기’ 또한 故이윤기 선생 책 보다가 알게되어 읽게 되었다. 좋은 책은 다 보고 다면 꼭 다음에 읽어야할 책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좋은 책은 그 내용 중에 또 다른 책을 소개한다. 책 한권을 다 읽고 다음에 봐야할 책이 연상되지 않는다면 그 책은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이다. 좋은 저자는 또 다른 좋은 저자를 소개해준다.
홍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이주헌은 동아일보,한겨레신문 기자를 거쳐 현재 미술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손철주, 노성두 등과 함께 꽤 유명한 미술평론가이자 미술사 강사다. 문화부 기자로 서양미술에 관한 연구차 유럽에 흩어져있는 갤러리와 박물관을 꽤나 돌아다닌 저자는 언제나 혼자 출장처럼 다녀온 여행이 미안했던지 세 아들과 아내를 데리고 가족 여행을 떠난다. 그리스/터키에 있는 신화관련 유적지들과 각 도시에 있는 박물관과 갤러리, 거기다 로마 바티칸 미술관, 나폴리, 베네치아, 뮌헨의 갤러리들, 파리, 런던의 박물관과 갤러리에서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그린 고대, 근현대 미술 작품들을 꼼꼼하게 소개하고 있다. 세아들과 찍은 사진.. 여행 중 있었던 소소한 에피소드... 그리고 미술/조각 작품들은 칼러 도판으로 실려있다. 각 chapter가 끝난는 말미에는 유적지/박물관 관람에 대한 자세한 안내까지 곁들여 놓았다. 유재원의 ‘그리스: 신화의 땅 인간의 나라’라는 그리스 답사기에 비해 신화 자체에 대한 이해는 떨어지지만 그림과 조각, 건축에 대해서는 훨씬 더 잘 설명하고 있어 그리스 신화를 연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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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들이 볼 때 신이 인간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죽지 않는다는 것과 인간보다 좀더 우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 정도였다. 신들은 놀라울 정도로 인간과 닮았으며 철저히 인간적인 정념을 따르는 존재들이었다. 그러므로 그리스의 종교에서는 다른 종교처럼 악마가 필요하지 않았다. 신도 인간처럼 모순 투성이의 존재였으므로 악마 없이도 신들과 인간의 변덕으로 세계는 늘 격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요동쳤다. 죽은 사람의 잘잘못을 가려 상벌을 주는 천당과 지옥이라는 것도 없다. 물론 엘리시온 이라는 일종의 낙원과 타르타로스라는 심연이 있었지만 천당과 지옥과는 다른 개념이다. 사실 신이 도덕을 대변해야 천당도 의미가 있지 신들에게 부도덕한 속성이 내재해 있는 마당에 어떻게 천당과 지옥이 의미를 가질 수 있겠는가? 고대 그리스인들에게는 이승에서 잘 사는 것이 중요했고 저승에서의 상벌은 무의미했다."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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