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12일 화요일

리차드 파슨, 反리더십, 바다

Richard Farson, Management of The Absurd:Paradoxes in Leadership, 바다

‘反-리더십’이라는 제목을 달고 출간되었지만, 원제를 직역해보면 ‘모순의 경영:리더십에 존재하는 패러독스’다. 서점을 뒤지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 선뜻 구입한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기존의 리더십관련 이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삐딱함이 마음에 들어서이고, 두 번째는 첫 초두에 추천사를 써준 사람이 ‘Michael Clayton’이어서다. 마이클 클레이튼은 ‘쥬라기공원, 타임라인’ 등을 썼는데 대부분 영화화 되었다. 저자 리차드 파슨은 심리학자, 해군 장교, 대학교 학장, 회사 사장, 경영 컨설턴트 등 여러 가지 일을 두루 섭렵한 인물이다. 리더십을 발휘해야하는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기에 굉장한 기대를 갖고 책을 펼쳤다. 그런데 기대보다 대단한 책은 아니었다. 그래도 몇몇 부분에서는 건질 것이 있어 소개한다.
칭찬으로는 동기가 부여되지 않는다.
부하 직원에게 어떤 일을 잘 했다고 칭찬해보라. 그러면 그 사람은 자신의 역할이 별 것 아니었다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사실 칭찬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 그런 칭찬을 받는다면 더욱 더 방어적인 태도로 나올 것이다. 사람들이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칭찬에는 위협의 요소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칭찬이라는 것은 결국 하나의 평가이고, 평가받는다는 것이나 시험받는다는 것은 비록 그 결과가 긍정적이라 하더라도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게다가 우리는 다른 사람을 칭찬할 때, 일정한 동기부여를 통해 상대를 변화시키려는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은 언제나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또 칭찬은 다른 사람의 가치를 확인시켜 주기보다는 칭찬하는 사람이 받는 사람보다 더 높은 지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일 수 있다.(pp.93-94)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켄 블랜차드의 ’Whale Done!'의 한국어 제목이다. 이 책 때문에 사랑의 질책이 우선시되던 한국 문화에 칭찬 유행이 불어닥쳤다.(나중에 켄 블랜차드 책들은 날 잡아서 열몇권 따로 서평하겠다) 그 때도 동의되지 않는 부분이 꽤 있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리차드 파슨의 칭찬에 관한 고민에 동의한다. 입에 발린 획일적인 칭찬은 오히려 위협과 경고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칭찬할 때는 칭찬하는 Timing과 칭찬 대상인 그 사람에게 맞는 칭찬, 그리고 사안에 따라 다른게 칭찬해야 한다. 항상 궁시렁거리면서 비난하고 욕하는 사람도 문제지만 입에 발린 칭찬을 항상 늘어놓는 비위맞추기의 달인들도 나는 신뢰하지 않는다. 결국 동기부여라는 명목하에 사람을 이용해먹기위해 진심도 없는 입에 발린 칭찬을 늘어놓는 것을 리더십이라고 아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진정한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아마추어가 돼야 한다.

미국의 위대한 건축가 Frank Lloyd Wright와 같이 공부한 디자이너 George Nelson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일화를 하나 들려주었다. 조지와 라이트가 함께 걷고 있었다. 라이트가 조지에게 건축이란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려고 열을 올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갑자기 라이트가 꽃 한송이를 보며 말했다. ‘조지! 건축은 이 꽃과 같은거야...’ 그리고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아니야.. 그런게 아니냐’ 그리고 몇 발자국 더 걷더니 조지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건축은 사랑에 빠진 것 같은거야.’ 조지는 나에게 이 이야기를 20년 도 전에 했다. 그가 이 이야기를 끝낵 한 말은 ‘딕(리차드의 줄임말), 그 이야기가 무슨 뜻인지 알아내는데 자네는 나처럼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네’하는 것이었다. 아마추어라는 말은 ‘사랑하는 사람’을 뜻하는 라틴어 Amotor에서 왔다. 아마추어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 자주 쓰이는 말은 아니지만, 사랑은 훌륭한 리더십에 필수적이다. 리더십이란느 것은 보살핌 이외의 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프로, 전문가라는 미명하에 공동체, 깊은 일체감, 동료의식을 파괴시킨다. 그래서 훌륭한 리더는 프로이면서 동시에 아마추어여야 한다. 프로는 건전한 지식과 양심에 근거한 뛰어난 능력으로 기술적/윤리적 기준을 지켜나간다. 그러나 아마추어는 사랑, 성취, 공동체의 결성, 서로를 묶어주는 자비의 끈에 대한 즐거움으로 일한다. 여기서 건축은 사랑에 빠진 것과 같다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말을 우리의 목적에 맞게 고쳐보자. 나는 리더십은 사랑에 빠진 것과 같다고 말하고 싶다. 이 말의 뜻을 이해하는데 여러분은 나처럼 오래 걸리지는 않을거라고 믿는다.(pp.223-227)

‘프로가 되어야 한다. 아마추어의 태도를 버려라..’ 얼마나 자주 들은 말인지 모르겠다.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전문가집단에 의해 행해진 어이없는 분석과 결정이 얼마나 많은데... 전문가적인 관점이 있되 반드시 범부의 상식과 일반인의 납득이 필요한 사안이 굉장히 많다. 이 둘은 상호보완하면서 같이 가야된다. 고도의 전문가가 보지 못하는 사태의 본질을 어린 아이의 눈은 그냥 간파한다. 이것은 이해관계도 없고 사심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나는 전문가의 입장도 들어보아야 하지만, 그 분야에 전혀 문외한인 어린아이 같은 일반인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제가 멋있지 않은가? ‘진정한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아마추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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