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無名詩 달팽이에게, 소학사
‘슬픈 우리 젊은 날’1,2권을 읽으며 솔솔한 재미를 느겼던지라 89년에 발간된 이 책을 헌책방에서 발견하고선 바로 구입했다. ‘슬픈 우리 젊은 날’에 비해 좀더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들이 많았다. 월간 ‘말’誌 편집장이 책임감수를 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요즘 대학가 까페 낙서장이나 회지, 화장실에는 어떤 글들이 쓰여있을까? 이전 세대가 다음 세대를 바라보며 언제나 ‘저 생각 없이 철없는 것들.. 참을 수 없이 가벼운 것들..’이라는 비아냥거림의 고리가 끊기기 바란다. 그 철없고 개념없는 젊은이들이 시대를 품고, 세대를 아우르는 인물들로 자랄 토양은 이전 세대들의 책임이다. 이 시집에 있는 3편을 옮겨보았다.
<나를 찾습니다>- 국민대 Pen문학회 낙서장
나를 찾습니다.
나는 나를 잃었습니다.
버스 안에서 잃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시궁창에 빠뜨렸는지도 모르겠어요.
어떻게 찾을 방법이 없을까요.
네 뭐라구요.
그, 까짓것 새것 하나 장만하라구요.
그런 것 없어도 살 수 있다고요.
안 돼 그럴 순 없어.
이 땅의 버스를 다 뒤져서라도
시궁창을 뒤지다 똥물을 뒤집어쓰더라도
나는 찾을 거야, 나를.
<철로>- 경원공전 경원문학회 회지
무수히 가로누워져 있는 버팀목으로
그저 사랑이 느껴만 질 뿐
손 내밀어 잡으려면 할수록
허공을 휘젖는 빈손이 이젠 두렵다.
혼자일 땐 차라리 외롭지 않다.
둘이 평행이 서 있음을 느낄 땐
등이 휘어지는 아픔을 맛본다.
<오늘>- 서강대 서강문학회 낙서장
삭막한 폐허의 끝에서
갈피도 못잡고 우는 마음들이
풀의 짓밟힘으로 일어선
오늘,
찢어지는 아픔의 배반은
삶의 이등분
국토마냥 잘라진 얼굴들이
흐느끼며 다가선다.
닦아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는 못박힘
구멍난 하늘을 바라보며 사는
오늘,
혼탁한 움직임 속에서 역류의 흐름을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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