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7일 목요일

쿠리 료헤이(栗良平), ‘우동 한 그릇’, 청조사

쿠리 료헤이(栗良平), ‘우동 한 그릇’, 청조사

섣달 그믐날 ‘북해정’이라는 작은 우동집이 문을 닫으려고 할 때, 아주 남루한 차림새의 세 母子가 들어왔다. “어서오세요!” 안주인이 인사를 하자 여자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우동을 1인분만 시켜도 될까요?” 그녀의 등뒤로 열두어 살 되어 보이는 소년과 동생인 듯한 소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아, 물론이죠, 이리 오세요.” 주인장의 부인이 그들을 2번 테이블로 안내하고 “우동 1인분이요!” 하고 소리치자 부엌에서 세 모자를 본 주인은 재빨리 끓는 물에 우동 1.5인분을 넣었다. 우동 한 그릇을 맛있게 나눠먹은 세 모자는 150엔을 지불하고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나갔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주인 부부가 뒤에 대고 소리쳤다.
다시 한 해가 흘러 섣달 그믐날이 되었다. 문을 닫을 때쯤 한 여자가 두 소년과 함께 들어왔다. 북해정의 안주인은 곧 그녀의 체크 무늬 재킷을 알아보았다.
“우동을 1인분만 시켜도 될까요?”
“아, 물론이죠. 이리 오세요”
안 주인은 다시 2번 테이블로 그들을 안내하고 곧 부엌으로 들어와 남편에게 말했다.
“3인분을 넣읍시다.”
“아니야, 그럼 알아차리고 민망해 할거야.”
남편이 다시 우동 1.5인분을 끓는 물에 넣으며 말했다.
우동 한 그릇을 나누어 먹으며 형처럼 보이는 소년이 말했다.
“엄마, 올해도 북해정 우동을 먹을 수 있어 참 좋지요?”
“그래, 내년에도 올 수 있다면 좋겠는데......” 소년들의 엄마가 답했다.

다시 한 해가 흘렀고, 밤 10시경, 주인 부부는 메뉴판을 고쳐 놓기에 바빴다. 올해 그들은 우동 한 그릇 값을 200엔으로 올렸으나 다시 150엔으로 바꾸어 놓는 것이었다. 주인장은 아홉시반부터 ‘예약석’이라는 종이 푯말을 2번 테이블에 올려놓았고, 안주인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10시 30분 경 그들이 예상했던 대로 세 모자가 들어왔다. 두 아이는 몰라보게 켜서 큰 소년은 중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고 동생은 작년에 형이 입고 있던 점퍼를 입고 있었다. 어머니는 여전히 같은 재킷을 입고 있었다.
“우동을 2인분만 시켜도 될까요?”
“물론이지요. 자 이리 오세요.”
부인은 ‘예약석’이라는 종이 푯말을 치우고 2번 탁자로 안내했다.
“우동 2인분이요!” 부인이 부엌 쪽에 외치자 주인은 재빨리 3인분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부부는 부엌에서 올해의 마지막 손님인 이 세 모자가 나누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현아, 그리고 준아.” 어머니가 말했다.
“너희에게 고맙구나. 네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신 이후 졌던 빚을 이제 다 갚았단다.
현이 네가 신문배달을 해서 도와주었고, 준이가 살림을 도맡아 해서 내가 일을 열심히 할 수 있었지.”
“엄마, 너무 다행이에요. 그리고 저도 엄마에게 할 말이 있어요. 지난 주 준이가 쓴 글이 상을 받았어요.
제목은 ‘우동 한 그릇’이에요. 준이는 우리 가족에 대해 썼어요. 12월 31일 우리 식구가 모두 함께 먹는
우동이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고, 그리고 주인 아저씨랑 아주머니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는 소리는 꼭 ‘힘내요. 잘 할 수 있을거예요’라고 들렸다구요. 그래서 자기도 그렇게 손님에게
힘을 주는 음식점 주인이 되고 싶다구요”
부엌에서 주인 부부는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다음 해에도 북해정 2번 탁자 위에는 ‘예약석’이라는 푯말이 서 있었다. 그러나 세 모자는 오지 않았고, 다음 해에도, 그리고 그 다음 해에도 오지 않았다. 그동안 북해정은 번창해서 내부 수리를 하면서 테이블도 모두 바꾸었으나 주인은 2번 테이블만은 그대로 두었다. 새 테이블들 사이에 있는 낡은 테이블은 곧 고객들의 눈길을 끌었고, 주인은 그 탁자의 역사를 설명하며 언젠가 그 세모자가 다시 오면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곧 2번 탁자는 곧 ‘행운의 탁자’로 불리웠고, 젊은 연인들은 일부러 멀리서 찾아와서 그 탁자에서 식사했다.
십수 년이 흐르고 다시 섣달 그믐날이 되었다. 그 날 인근 주변 상가의 상인들이 북해정에서 망년회를 하고 있었다. 2번 탁자는 그대로 빈 채였다. 열시 반경, 문이 열리고 정장을 한 청년 두 명이 들어왔다. 주인장이 “죄송합니다만...”이라고 말하려는데 젊은이들 뒤에 나이든 아주머니가 깊숙이 허리 굽혀 인사하며 말했다.
“우동 3인분을 시킬 수 있을까요?”
주인장은 순간 숨을 멈췄다. 오래 전 남루한 차림의 세 모자의 얼굴이 그들 위로 겹쳤다. 청년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14년 전 우동 1인분을 시켜 먹기 위해 여기 왔었지요. 1년의 마지막 날 먹는 우동 한 그릇은
우리 가족에게 큰 희망과 행복이었습니다. 그 후 외갓집 동네로 이사를 가서 한동안 못 왔습니다.
지난해 저는 의사 시험에 합격했고, 동생은 은행에서 일하고 있지요. 올해 저희 세 식구는 저희 일생에
가장 사치스러운 일을 하기로 했죠. 북해정에서 우동 3인분을 시키는 일 말입니다.”
주인장과 안주인이 눈물을 닦자, 주변의 사람들이 말했다.
“뭘 하고 있나? 저 테이블은 이 분들을 위해 예약되어 있는 거잖아.”
안주인이 “이리 오세요. 우동 3인분이요!”하고 소리치자 주인장은 “우동 3인분이요!”하고 답하며 부엌으로 향했다.
쿠리 료헤이의 소설을 故장영희교수님 요약으로 옮겼다.

2010년 미국 살 때, 한별이 한결이 데리고 앞 근처 맥도날드에 한번씩 간다. 매장에 붙어 있는 놀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맥도날드 가면 항상 메뉴는 동일하다. 아이스크림 콘 3개... 한별이꺼 하나, 한결이꺼 하나, 내꺼 하나, 아내껀 없다. 한결이 녀석 아이스크림 콘 먹을 때마다 질질 흘린다. 그러면 혀로 한참을 핧아 먹던 내껄 들이밀면서 “아빠꺼랑 바꿀래? 한결이꺼 녹아서 흐르잖아. 옷에 묻으면 안되잖아!” 순진한 우리 한결이 바로 바꾼다. 그러기를 몇 번하고 나면 내가 거의 한개반을 먹어 치우는 셈이다. 옆에서 노랑머리 꼬마들이 감자튀김을 먹고 있다. 냄새가 솔~솔~난다. 한결이 녀석 “감자튀김!”을 외친다. 순간 아내와 눈빛을 마주친다. “밥은 집에 가서 먹자. 우리 아이스크림 먹으러 온거잖아...” 미국와서 맥도날드에서 빅맥을 시켜 먹어본 적이 없다. 생각보다 비싸다.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아내에게 한마디 던진다. “우리 ‘우동 한그릇’ 가족 같지 않어?ㅎㅎ” 청소하는 매장 직원 눈치 보이게 달랑 아이스크림콘 세 개 시켜먹고 2시간을 죽~치고 있자니 좀 미안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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