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12일 화요일

이나모리 가즈오, 카르마경영, 서돌

‘카르마경영’은 'CEO to CEO' 내용과 겹치는 측면이 많다. 佛者의 입장에서 불교정신에 입각해서 자신이 해본 기업운영원리를 설명한 책이다. 이 책에서 이나모리 가즈오가 젊어서 마쓰시타 고노스케와 혼다 소 이치로와 만나서 받은 인상을 기록하고 있는데, 마치 검객들이 도를 닦으면서 일합을 겨루고 한수 배우는 장면같다. 반추해볼 가치가 있는 내용이라 그대로 옮겨본다.
 
 

마쓰시타 고노스케       
‘40여년 전,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강연을 처음 들었을 때였다. 당시 마쓰시타는 지금처럼 신격화 되기 전이었고, 나는 무명의 중소기업 경영자에 지나지 않았다. 그 때 마쓰시타는 그 유명한 ’댐식 경영‘에 관해 설명했다. “댐이 없는 하천은 큰 비가 내리면 물이 크게 넘쳐 홍수를 만들고 가뭄이 지속되면 말라버려 물 부족을 일으킨다. 그러나 댐을 만들어 물을 저장하면 날씨나 환경에 좌우되지 않고, 수량을 항상 일정하게 조절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경영도 호경기 일수록 불경기를 대비하는 여유로운 경영을 해야한다.” 마쓰시타의 강의를 듣던 수백명의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그를 비난했다. 강연회장은 사람들의 불만으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뒤쪽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럴 여유가 없으니까 다들 매일 진땀 빼면서 악전고투를 하고 있는거 아냐? 여유가 있으면 누가 그렇게 힘들게 일해? 우리가 듣고 싶은 건 ’어떻게 하면 댐을 만들 수 있는가?‘하는 거라고.. 새삼스레 댐의 소중함에 대해 지껄여봐야 무슨 소용있나고!’ 급기야 강의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 한 남자가 일어나 ”물론 댐식 경영을 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죠. 그러나 현실에서는 불가능합니다. 한달한달 그달을 넘기기도 힘든 상황인데, 어떻게 댐을 만듭니까? 댐을 만들어야 된다고만 말씀하시지 마시고, 댐 만드는 비법을 좀 알려주세요!“ 이 질문을 받고 마쓰시타는 그 온화한 얼굴에 쓴웃음을 지으며 잠깐 동안 침묵했다. 그 후 그는 천천히 더듬더듬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 방법은 저도 모릅니다. 모르지만, 댐을 만들려는 생각이 없으면 안됩니다.“ 이번에는 강연회장이 비웃음으로 가득 찼다. 마쓰시타의 말이 대답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망을 한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실소를 짓지도 실망을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한 커다란 충격을 받고 망연함에 얼굴빛이 변할 정도였다. 마쓰시타의 그 말은 나에게 아주 중요한 진리를 알려주었기 때문이었다. ‘생각이 없으면 안됩니다.’ 마쓰시타의 이 말은 내게 ‘먼저 생각’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댐을 만드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이렇게 하면 된다’라고 일률적으로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선 댐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반드시 해야 한다. 그 생각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마쓰시타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이리라.(pp.42-43)
 

혼다 소 이치로       
막 회사를 창립하고 정신이 없을 때였다. 나는 혼다를 창업한 혼다 소이치로가 강연자로 나오는 경영세미나에 참가했다. 고명한 경영자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온천여관을 통째로 빌려 2박3일의 일정으로 진행되는 세미나여서 참가비용이 1만엔이나 들었다. 당시로서는 매우 큰 돈이었다. 나는 혼다의 얼굴을 보고 그의 말을 듣고 싶다는 생각에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참가하기로 했다. 세미나 당일에 참가자들은 온천에 들어가 유카타(浴衣:귀족들이 목욕한 후에 입는 옷)로 갈아입고 넓은 방에 앉아 혼다가 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혼다가 나타났는데 하마마쓰(浜松)공장에서 곧바로 오는 길인지 기름때 묻은 작업복 차림이었다. 그는 입을 열자마자 우리에게 이렇게 호통을 쳤다.
“여러분은 도대체 왜 여기에 오셨습니까? 경영 공부를 하기 위해 온 것 같은데, 이런 것을 할 시간이 있으면 당장 회사로 돌아가서 일이나 하십시오. 온천에 들어가 몸을 불리고, 먹고 싶은거 먹고 마시면서 어떻게 경영 수업을 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경영에 대해 배운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회사를 경영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건 제가 현장을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요! 여러분들이 할 일은 단 하나입니다. 얼른 회사로 돌아가 자기 업무에 힘을 쏟으시오”
혼다 소이치로는 우리를 ‘비싼 참가비를 내는 바보들’이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혼다의 그런 모습을 보고 더 큰 매력을 느꼈다. 혼다는 탁상공론이 얼마나 바보스러운 것인가를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이다. 수영을 배우려면 물에 들어가야 한다. 책상 위에서 공부만 해서는 헤엄을 칠 수 없다. 현장에서 땀 흘리지 앟는 한 경영은 배울 수 없는 것이다. 직접 몸을 던져 몸소 체험한 것이야말로 가장 귀중한 재산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pp.108-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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