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우리 젊은 날(서울 소재 대학가 익명시 모음), 오늘
쌍팔년 올림픽할 때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서점에서 들렸다 우연히 발견한 특이한 詩集이었다. 호기심에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다. 80년대 젊은이들이 처한 시대상황과 고민, 그리고 현실이 적나라하게 쓰여져 있었다. 어떤 것들은 詩라기 보다는 落書에 가까웠다. 번뜩이는 통찰도 있었고, 가벼운 농담과 욕도 있었다. 대학가 주변 까페 낙서장과 대학 동아리 낙서장, 대학 문집, 심지어 화장실 낙서까지 모아놓았다. 1권은 서울 소재 대학, 2권은 지방 소재 대학에서 모은 시들을 모아 두권의 시집으로 발간했다. 두권을 다 구입해서 읽으며 내 나름의 토를 달고 그 감흥을 여백에 적어놓았는데 친구녀석한테 빌려줬다 돌려받질 못했다. 그 녀석 계명 의대 졸업하고 지금 쯤 어느 병원에서 환자들 보고 있을텐데... 돌려받을 길은 요원하다. 그러다 언젠가 헌책방을 뒤지다가 1권을 발견하고는 옛날 생각나서 구입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이 다시 구입한 1권이다. 고딩 때 여백에다 내가 뭘 적어놓았는지 못내 궁금하다. 이 시집에 있는 시 4편을 소개한다.
<교수님>- 고려대 정경대 5층 남자화장실
교수님께서는 ‘북한 바로 알기운동’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귀관들 생각과 동일한가를 물어보는 것인가? 아니면 개인적인 교수적 철학을 원하는가?
역시 지식인의 기회주의적 속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시는군요
<약한 자>- 연세대 써클 ‘자유교양’ 낙서장
인간에게 강하고 약한 것이 중요한 것일까?
무엇 때문에 강한 자는 인정을 받는가?
약한 자는 도태된다.
오직 강한 자만이 살아 남는다.
문제의식이 강한 자, 의지가 강한 자,
하지만 문제의식이 약한 자, 의지가 약한 자는
살아남지 못한다.
의지가 강한 것처럼 보이는 나일지라도
항상 속으로는 고민하고 약하고 쓰러진다는 것을,
너만이 약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서로 용기를 주며 살아가자.
<최저임금제의 정의>- 서울대 중앙도서관 5층 열람실
정부: 그만큼만 주면 된다
기업: 그만큼씩이나 준다
시민: 그만큼 받나보다
노동자: 그만큼 받고도 산다.
<지나친 것>- 서강대 문학써클 ‘서강 문학반’ 낙서장
지나친 침묵은 죽음
지나친 관심은 사랑
지나친 겸손은 자만
지나친 외로움은 서글픔
……………………………
창밖이 지나치게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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