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7일 목요일

김교식, ‘다큐멘터리 박정희’ 평민사

김교식, ‘다큐멘터리 박정희’ 평민사 * 본서 4권 또한 절판된 책이다. 헌책방에서 구해보시라.

박정희는 21세기 현재에도 여전히 한국현대사의 신성불가침 영역 같이 느껴진다. 대한민국에서 박정희는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서 꿈틀대는 도그마가 되었다. 그의 딸이 대권을 바라보고 있다. 현재상황이라면 다음 대선에서 혜성처럼 등장하는 인물이 없는 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내 고향은 경북 경산이다. 대구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대구경북(TK)는 박정희의 아성이다. 박정희대통령이 죽은지가 언젠데... 요즘 20대들은 그런 사람이 있었는지 이름이나 한번 들어본 적 있을 뿐 그 이상의 의미도 없을 터인데... 대구경북 지방 선거에서는 죽은 박정희의 그림자가 표로 역사(?)한다. 선거 때가 닥쳐 박근혜가 동네에 한번 뜨면 어르신들 반응이 이렇다. “아이고.. 저거 우야노.. 어미 애비 다 총 맞아죽고.. 불쌍해서 우짜노... 박근혜 무조건 찍어줘야 된다.” 연민의 눈물을 흘리던 어르신들 반응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박근혜가 찍어주라는 사람도 다 찍어주자.” 이 쯤 되면 대구 경북에서 박정희는 신적 존재다. 박근혜의 정치적 역량과 리더십에 대한 검증은 필요없다. 그 아버지 때문에 그냥 몰표가 나온다.(지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 그녀가 보여준 깨끗한 승복은 나로 하여금 박근혜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적어도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은 아닌거 같다) 아무튼 나는 어릴 때부터 이런 분위기를 지켜보며 자랐다. 좋던 싫던 대구경북은 박정희에게 진 빚이 크다. 대구(섬유),포항(제철),구미(전자)... 다 박정희의 작품이다. 적어도 나한테 박정희는 ‘조국 근대화’와 동의어로 인식이 박혀있다. 어릴 적 아침 일찍 쓰레기차가 온 동네를 돌아다닐 때면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박정희가 직접 작사한 노래를 틀어댔다. 30년이 지난 지금도 내가 외우고 있는걸 보면 징~하게 틀어댔다는 증거다.ㅎㅎ
‘백두산의 푸른정기 이 땅을 수호하고 한라산의 높은 기상 이 겨레 지켜왔네. 무궁화꽃 피고지는...’
‘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 금수나 강산 어여쁜 나라...’
‘새벽 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 마을을 만드세..’
이 노래들을 아는 사람이라면 나이가 꽤 들었다는 증거다...ㅋㅋ
박정희에 대해 안좋은 얘기를 할라치면 주변에 눈치 보여서 입도 띠지 못하는 분위기에서 자란 나로서는 한번은 꼭 파보아야할 대상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대학 다니던 90년대 초반 박정희에 대한 연구 서적이 별로 없었다. 여전히 군사정권의 후예 노태우정권 시절이기는 했지만 박정희에 대한 제대로된 역사적 평가를 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였나보다. 그러다 발견한 책이 방송 시나리오 작가 김교식씨가 쓴 4권짜리 ‘다큐멘터리 박정희’였다. 김교식씨는 MBC라디오 '격동 30년' TV '제3공화국' 뭐 그런 작품을 쓴 작가다. 박정희에 대한 평전을 다규멘터리 시나리오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 본서다. 비교적 박정희에 대한 평가를 공정하게 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이는 책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란 부분은 10.26사건으로 사형당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법정 최후진술 요약문이었다. 12.12로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주도하는 합동수사본부와 계엄보통/고등군법회의(군사재판)을 통해 김재규에 대한 신속한 사형이 결정/집행 되었다. 김재규... 욱~ 해서 저지른 최고 권력자를 향한 단순 총격사건으로 보기에는 그의 법정 최후진술이 너무나 논리적이고 진정성을 띄고 있다. 우발적 시해사건을 자기합리화했다고 하기에는 마지막 법정 진술이 심금을 울리는 문장들이었다. (내 글을 보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김재규 법정 최후진술문을 찾아서 읽어보기 바란다) 한 30년 정도 더 지난 후, 박정희 시절을 전혀 모르는 세대가 등장하면 박정희, 김재규, 제3공화국에 대한 보다 정확한 역사적 재평가 작업이 일어날 것이다. 이런저런 눈치 살피지 않고 역사학자의 양심을 가지고 한국현대사가 적나라하게 연구되는 그 때를 기다려본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