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7일 목요일

법정, 무소유, 범우사

법정, 무소유, 범우사

법정, 서있는 사람들/텅빈 충만/산방한담/말과 침묵/버리고 떠나기/불타 석가모니. 샘터
성철스님 돌아가신 이후로, 아마 불교계의 가장 대대적인 다비식이 아니었나 싶다. 법정스님 입적소식은 그만큼 세상에 큰 뉴스였다. 법정스님(속명 박재철)은 전남 해남 출신으로 전남대 상대를 다니다 효봉스님 밑에서 출가를 하게 된다. 암울한 군사정권 당시에는 불교계의 대표적 진보인사였다. 이승만/박정희 정권시절 권력자들의 은밀한 밀담 장소였던 성북동 대원각을 그 소유주 김영한(고급 요정 마담이자 이 시대 마지막 기생)씨가 부지를 법정스님에게 시주하면서 만들어진 절이 길상사다. 길상사는 도심의 호젓한 도량으로 법정스님이 생전에 법회를 계속 여시면서 설법을 해온 곳이다. 입적하실 때도 길상사에서 여생을 마감했다. 이 분이 불교계에서 존경받는 이유는 결국 투명한 인격과 집착하지 않는 삶 때문이다. 불교든 기독교든 천주교든... 종교인이라면 그 인격과 삶을 통해 존경을 받지 못하면 끝이다. 이 세상에 죄인과 의인을 어찌 구분하겠는가. 악하고 선해봐야 다 거기서 거기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은 못하면서, 종교인들한테만은 때 묻지 않은 삶을 기대한다. 교회와 절이 돈과 권력에 집착하는 모양새가 세상이랑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대신 그만큼 상대적으로 중앙에서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는 천주교가 깨끗해보인다. 말로 가르치는 것은 쉽지만 그렇게 사는 것은 무지하게 힘들다. 적어도 법정스님은 자신의 가르침대로 사신 분이다. 그래서 돌아가실 때도 이렇게 이슈가 되는 것이다. 난초 하나를 갖게 되어 그 소유물에 집착하게 된 자신을 발견하고 깨달음을 얻는 스님, 결국 무소유로 돌아가 '없음'이 주는 자유와 편안함을 즐길줄 아는 분... 우리 시대에 이런 큰 스님이 있다는 것이 불교계에는 복이다.

법정스님 설법 장면
법정스님 책을 꽤 가지고 있다. 대부분 샘터에서 출간한 수필집이다. 글을 참 정갈하게 쓰신다. 일상의 아주 소소한 주제들을 가지고 쓴 글들이라 읽다보면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진다. 하지만 내가 목사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큰 깨달음과 시각의 전환을 경험하지는 못했다. 법정스님 수필 자체가 대중 선도보다는 작은 성찰과 감동을 주기 위해 쓰신 거라 그런거 같다. 범우사 출판 '무소유'는 1000원짜리 문고판을 가지고 있었는데, 언젠가 나도 모르게 사라졌다. 아쉬워서 다시 구입하려고 서점 들렸다가 8000짜리 양장본으로 만든걸 보고 경악했다. 무소유정신과 전혀 맞지 않는 출판이었다. 그러다가 07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재고떨이 문고판을 발견하고 반가와서 바로 구입했다. 특히 와다나베 쇼오코 ‘불타 석가모니’ 번역본은 아주 괜찮은 책이었다. 법정스님이 역자 후기에 밝혔듯이, 부처와 인간 석가모니.. 이 둘 사이의 절묘한 경계점에서 쓴 책이라 기꺼이 일독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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