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7일 목요일

우지끼 노부로 엮음, '산다는 것이 황홀하다', 도서출판 알돌기획

우지끼 노부로 엮음, '산다는 것이 황홀하다', 도서출판 알돌기획
      
삶이 암울하여 자살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책은 없을 듯하다. 십대에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여러 상념에 사로잡히다가 우울증에 빠지게 되고, 더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열차에 뛰어든 소녀가 있다. 다하라 요네꼬(田原米子)라는 여인이다. 두 다리, 한쪽 팔, 남은 한쪽팔도 손가락이 세 개만 남은 상태로 전신장애인이 되었다. 사고 현장에서 출혈과다로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나, 철도직원들의 적확한 응급조치와 마침 동경의대에 잠시 들리러 왔던 외과전문의가 응급실로 실려 온 환자를 보고 급하게 수술에 동참하여 목숨은 살릴 수 있었다. 이후 예수 믿는 청년 '아끼도시'를 만나 마음이 열리고 사랑을 나누고 삶의 의미를 되찾았다. 대부분 자살미수에 그친 분들의 간증이나 소감문, 책들은 여기서 끝난다. 그러나 요네꼬상은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 죽지마라...’ 이런 훈계조에서 한걸음 더 나간다. 자신의 내면과 가정이 회복되어 가는 과정을 담담히 서술하면서 ‘삶은 재밌더라... 산다는 것은 굉장히 황홀한 경험이더라’고 밝히고 있다. 선교사 지망생 아끼도시를 만나게 되어, 부모님으로부터 결혼허락을 받아내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을 진솔한 고백으로 서술하는데... 읽다가 눈시울이 붉어진다. 남편은 선교사 지망생이었는데 결혼 후 목사가 되어 두 내외가 삶으로 복음을 전하는 과정이 감동적이다.
본문 126-127에 있는 ‘감자와의 싸움’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다.
왼팔은 사고로 절단되어 없고, 오른손은 손가락 세 개만 남았습니다. 나에게 남겨진 세 개의 손가락으로 처음 감자 한개 껍질을 벗기려고 했을 때의 일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나의 기분을 조롱이라도 하듯이 데구르르 굴러가는가 하면, 바닥에 떨어져서 멋대로 굴러가는 감자를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식칼을 들고 좇아다니는 나의 마음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초조감과 진저리치도록 엄습해오는 절망감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 일이 조금만 더 계속 되었더라면 아마 손에 들고 있던 식칼로 무슨 일을 저지르고야 말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때 나는 처절한 목소리로 부르짖었습니다. 손가락 세 개로 식칼을 든 채,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된 처량한 모습으로 하나님을 향해 부르짖었습니다.
“아버지여! 당신은 나 같은 인생도 당신의 자녀로 삼아주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나 같은 것을 결혼까지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나의 가정은 당신께서 선물로 주신 가정입니다. 이제 남편이 얼마 있지 않아 돌아올 것입니다. 사랑하는 내 아이들도 허기가 져서 내가 만든 저녁을 먹기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저녁 반찬으로 사용할 이 감자를 깎을 수가 없습니다. 당신은 나의 이 약함을, 이 처량한 상태를 무엇 하나 빼 놓지 않고 다 아실 뿐만 아니라 오늘까지 나를 인도해 오시지 않으셨습니까? 하나님 아버지, 어떻게든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줄 압니다. 당신의 방법을 내게 가르쳐 주옵소서, 하나님 나에게 힘을 주옵소서. 이 감자를 꼭 깎을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이렇게 정신없이 기도를 끝내고 났을 때에 마치 잔잔한 물가에 차츰차츰 물이 차오르듯 형용할 수 없는 평안함이 내 마음에 넘쳐났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정말 희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나는 급히 다른 감자를 씻어서 도마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먼저 반으로 쪼개 놓았습니다. 이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둘로 쪼개 놓은 감자의 반을 도마 위에 옆어 놓고 칼로 윗부분부터 껍질을 벗겨나갔더니 마치 감자가 도마 위에 붙어버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얻어진 승리감에 나는 기쁨이 충만해졌고, 지혜를 주시는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그날 저녁식사를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몇 년 전만 해도 나의 인생이 이렇게도 깊은 만족감과 충실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이러한 삶이 진정한 삶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때에 감사와 희망의 눈물이 다시금 앞을 가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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